핵심 답변
동의한 적 없는 크랙 탐지 기록(IP·MAC 주소)도 증거가 되나요?
크랙 사용자는 개발사의 정보 수집에 동의한 적이 없어 수집의 적법성을 문제 삼을 근거는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인이 모은 증거를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해 판단하고(2010도12244), 민사에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 판결이 있어(2023나2032328) 수집 경위만으로 기록이 빠지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기록에 적힌 사용자·기간·횟수·설치 흔적이 본인의 사실과 맞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저는 그런 정보를 보내는 데 동의한 적이 없습니다. 그 자료를 어떻게 모은 겁니까?"
고소장에 적힌 IP 주소와 MAC 주소를 처음 본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입니다. 이 의문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크랙 사용자는 개발사의 정보 수집에 동의한 적이 없고, 검찰 안에서도 이 수집의 적법성을 따로 검토한 논문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수집 경위를 문제 삼는 것만으로 탐지 기록이 증거에서 빠지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수집 경위와 함께 기록에 적힌 사용자가 본인인지, 기간과 횟수가 맞는지를 따져야 합니다.
탐지 기록이 만들어지는 과정
설계·해석 프로그램 상당수에는 정품 인증과 별도로 사용 정보를 개발사 서버로 보내는 기능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텔레메트리라고 부르는데, 프로그램이 실행 상황을 자동으로 보고하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크랙은 대개 인증 절차만 우회하기 때문에, 이 보고 기능은 크랙을 실행할 때도 그대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개발사로 전송되는 정보는 보통 다섯 가지입니다. 인터넷 회선에 부여되는 번호인 IP 주소, 랜카드 같은 네트워크 장치마다 붙은 고유 번호인 MAC 주소, 컴퓨터 이름, 윈도우 계정명, 그리고 실행 일시입니다. 이 사이트에 정리한 손해배상 판결에도 프로그램에 내장된 불법 감지 프로그램이 IP·MAC 주소와 사용 시간을 권리자 서버로 보낸 사건이 있고(서울중앙지방법원 2022. 8. 19. 선고 2020가합601676 판결), 권리자가 감지 시스템에 기록된 77회의 사용 일시를 초 단위까지 제출한 사건도 있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2가합546438 판결).
이런 자료를 모아 주는 전문 업체도 있습니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관리 업체 Revenera는 Compliance Intelligence라는 서비스로 무단 사용 기기를 찾아내고, 개발사가 그 자료로 라이선스 판매와 권리 행사를 한다고 자사 사례집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 법무법인이 보내는 내용증명과 고소장의 자료도 대부분 이런 경로로 만들어집니다.
동의 없는 수집이라는 주장의 근거
정품 사용자는 설치할 때 사용권 계약(EULA)에 동의합니다. 설치 화면에서 '동의'를 누르는 그 약관이고, 사용 정보 전송에 관한 내용도 대개 여기에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크랙 사용자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았거나 우회했습니다. 개발사가 크랙 사용자에게서 정보 수집 동의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이 정보가 「개인정보 보호법」의 보호 대상이 될 여지도 있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 제2조 제1호 나목은 "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개인정보로 봅니다. IP 주소 하나로는 사람을 알 수 없지만, MAC 주소·컴퓨터 이름·윈도우 계정명과 함께 모이면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같은 법 제15조가 정한 근거가 필요합니다.
검찰 안에서도 이 문제를 검토했습니다. 김지아 검사의 논문 「크랙정보 수집 프로그램을 활용한 지적재산권 침해 범죄 수사의 적법성 확보방안」(저스티스 통권 제158-1호, 2017)은 저작권자가 크랙정보 수집 프로그램으로 IP·MAC 주소를 모아 고소한 경우, 그 수집이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지와 그 자료로 압수수색영장 요건이 소명되는지를 쟁점으로 다뤘습니다. 그리고 현행법 해석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면 입법으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수집의 적법성이 법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문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형사재판에서 사인이 모은 증거의 취급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 조항은 주로 경찰·검찰 같은 수사기관이 절차를 어긴 경우에 적용됩니다. 개발사처럼 수사기관이 아닌 사람, 즉 사인(私人)이 모은 자료는 판단 방식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사인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에 대해 효과적인 형사소추와 진실발견이라는 공익과 개인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을 비교형량하여 허용 여부를 정한다고 봅니다. 이때 증거를 모은 경위, 침해의 내용과 정도, 범죄의 경중과 성격, 피고인이 증거 사용에 동의했는지를 종합해서 봅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0도12244 판결). 그 사건에서 대법원은 권한 없이 남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얻은 이메일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같은 판결은 형사소추에 필요한 증거라는 이유만으로 공익이 우월하다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수집 경위를 다툴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탐지 기록은 사람의 대화나 사생활을 엿본 자료가 아니라 프로그램 실행 정보라서, 비교형량에서 피고인 쪽 보호이익이 크게 평가되기는 어렵습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이 주장의 효과가 더 작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는 민사소송절차에서는 형사소송법의 법리에 따른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배제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4. 1. 18. 선고 2023나2032328 판결).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수집 경위를 이유로 탐지 기록을 빼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실제 사건에서 함께 따지는 것
그래서 수집 경위 주장은 그것 하나로 쓰기보다, 기록의 내용을 따지는 주장과 함께 써야 합니다. 실무에서 결론에 영향을 준 것은 대부분 아래 네 가지였습니다.
첫째, 기록에 적힌 사용자가 본인인지입니다. IP 주소는 사람이 아니라 회선에 부여됩니다. 가족이 함께 쓰는 집 인터넷, 여러 사람이 쓰는 사무실 네트워크라면 회선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가 다를 수 있습니다. MAC 주소도 사람이 아니라 장치를 특정합니다.
둘째, 기록의 기간과 횟수가 본인 사정과 맞는지입니다. 기록된 사용 기간에 본인이 그 회사에 다니지 않았거나, 그 컴퓨터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기록과 사실이 어긋납니다. 우리 사무소가 맡은 사건 중에는 사용 기간 전체가 의뢰인의 무직 기간과 일치한다는 점을 자료로 정리해 불송치로 끝낸 사례가 있습니다.
셋째, 기기에 실제 설치 흔적이 있는지입니다. 고소장에 IP와 MAC 주소까지 특정되어 있었지만, 수사기관이 의뢰인의 컴퓨터를 포렌식으로 분석한 결과 설치 흔적이 나오지 않아 불송치로 끝난 사례도 있습니다. 기록이 있다는 것과 그 사람이 실제로 썼다는 것은 따로 증명해야 합니다.
넷째, 수집된 정보의 범위입니다. 실행 여부와 일시를 넘어 작업 파일 이름이나 기기 안의 다른 정보까지 전송되었다면, 수집 범위가 필요한 정도를 넘었다는 주장에 더 무게가 실릴 수 있습니다. 어떤 정보가 얼마나 전송되었는지는 고소장과 첨부 자료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고소장은 정보공개청구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리
크랙 사용자는 개발사의 정보 수집에 동의한 적이 없고, 그 수집이 적법한지에 대해서는 검찰 안에서도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는 사인이 모은 증거를 비교형량으로 판단하고, 민사에서는 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집 경위만 내세우기보다, 기록에 적힌 사용자·기간·횟수·설치 흔적이 본인의 사실과 맞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동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사실관계를 정리한 다음에 덧붙일 때 힘을 얻습니다.
구체적인 판단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고소장이나 내용증명에 IP·MAC 주소가 적혀 있다면, 조사에서 말하기 전에 그 자료부터 변호사와 함께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작성·검토 홍성환 파트너변호사 (광고책임변호사)
최종 업데이트 2026. 10. 19.
관련 사례
IP·MAC이 특정된 고소, 포렌식에서 설치 흔적 없어 불송치
고소장에 IP와 MAC 주소까지 적혀 있었지만 실제 설치 흔적이 나오지 않아 수사 단계에서 종결된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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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 페이지는 변호사 광고이며, 사건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