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으로

칼럼 · 2026-09-12

설치한 사람은 따로 있고, 저는 쓰기만 했습니다

"제가 깐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설치해준 컴퓨터로 취미 삼아 몇 번 열어본 게 전부입니다."

이런 문의를 받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냥 넘길 이야기가 아닙니다.

저작권법에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은 없습니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으로 이루어집니다. '사용권'은 없습니다.

처벌 근거인 제136조 제1항 제1호도 "저작재산권을 복제·공연·공중송신·전시·배포·대여·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를 겨냥합니다.

고소장 문구는 대개 이렇습니다.

"크랙 파일을 다운로드받아 복제하는 방법으로 사용함으로써 저작재산권을 침해하였다."

처벌 대상은 복제입니다. '사용'은 그 복제물을 어떻게 했는지 설명하는 말일 뿐, 그 자체로 금지된 행위가 아닙니다.

그래서 사건은 한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이 사람이 복제를 했는가.

다운로드와 설치는 복제입니다

제2조 제22호는 복제를 "인쇄·사진촬영·복사·녹음·녹화 그 밖의 방법으로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유형물에 고정하거나 다시 제작하는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대법원은 파일을 전송받아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행위가 '유형물에 고정하는 것'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2007. 12. 14. 선고 2005도872 판결). 하드디스크가 유형물이고, 거기 파일이 기록되면 고정입니다.

설치도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저장장치에 기록되니 복제입니다.

다운로드와 설치를 한 사람이 복제행위자입니다.

그럼 실행은

2011년 개정으로 복제의 정의에 "일시적"이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대법원은 하드디스크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그것이 램(RAM)에 올라가는 것을 일시적 복제로 봅니다.

실행만 해도 형식적으로는 복제에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법은 같은 개정에서 면책 조항을 함께 두었습니다.

**제35조의2**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프로그램에는 제101조의3 제2항도 있는데, 이쪽은 컴퓨터 유지·보수 과정에서 정당하게 취득한 프로그램을 일시적으로 복제하는 경우로 범위가 좁습니다. 크랙 사건에는 잘 맞지 않습니다.

갈림길은 단서입니다

본문만 보면 실행은 면책됩니다. 걸리는 건 단서입니다.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면책이 안 됩니다.

대법원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하드디스크에 복제된 프로그램이라면, 이후 사용 방법이나 조건을 어겼더라도 이 단서에 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적법하게 설치된 것이 전제였습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무단 복제물이라면. 그 이용 자체가 침해 상태이니 단서가 적용될 여지가 생깁니다.

이 지점이 다투어집니다. 사안의 사정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확인하나

설치한 사람과 쓴 사람이 다른 사안이라면 최소한 네 가지를 봅니다.

첫째, 다운로드와 설치를 실제로 누가 했는가. 이게 복제의 본체입니다. 상대가 낸 자료가 그 시점을 짚고 있는지, 그때 누가 그 장비를 만졌는지를 봅니다.

둘째, 본인 행위가 실행에 그쳤는가. 나중에 재설치하거나 업데이트했거나 다른 장비로 옮겼다면 그것도 복제입니다. "쓰기만 했다"는 주장은 그 사이에 아무 복제도 없었을 때 성립합니다.

셋째, 무단 복제물인 줄 알았는가. 형사처벌에는 고의가 필요합니다. 남이 깔아준 프로그램이 정품이 아니라는 걸 몰랐다면 그 사정은 따로 봅니다. 다만 몰랐다는 말은 정황으로 받쳐야 합니다.

넷째, 제101조의3 제1항 제4호가 적용되는가. 가정과 같은 한정된 장소에서 개인적인 목적으로, 영리 목적 없이 복제한 경우입니다. 다만 제1항 단서에 따라 프로그램의 종류·용도, 복제된 부분의 비중 등에 비추어 저작재산권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면 적용되지 않습니다.

오해하면 안 되는 것

"나는 쓰기만 했으니 괜찮다"로 끝나는 사안이 아닙니다.

실행이 일시적 복제에 걸릴 수 있고, 면책 단서가 어떻게 적용될지는 다툼의 영역입니다. 실제로는 본인이 설치해놓고 기억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재설치나 버전 업데이트를 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주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에 세웁니다. 조사에서 "저는 쓰기만 했습니다"라고 먼저 말한 뒤에 설치 기록이 나오면, 그 말이 도리어 짐이 됩니다.

정리

저작권법이 처벌하는 건 복제이지 사용이 아닙니다. 누가 언제 복제했는지를 짚어야 합니다.

다운로드와 설치는 복제입니다. 실행은 일시적 복제에 걸릴 수 있고, 면책 여부는 그 복제물을 적법하게 확보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설치한 사람이 따로 있는 사안이라면 그 사실관계가 사건의 중심입니다. 다만 그걸 주장으로 세우기 전에, 본인 행위가 실제로 어디까지였는지부터 확인하십시오.

구체적인 판단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통지를 받으셨다면 회신 전에 변호사 상담을 통해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관련 사례

개인 사용자 사안에서 불송치로 종결한 사례

업무가 아닌 개인적 사용이 문제 된 사건입니다.

사례 자세히 보기 →

저작권법 위반으로 내용증명이나 조사 통지를 받으셨나요?

경찰 수사 단계부터 직접 다뤄온 경찰 출신 변호사가 대응합니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본 페이지는 변호사 광고이며, 사건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전화 상담카카오톡 상담